2,100만 원의 에베레스트와 ‘야생’의 그린란드: 극한 모험의 두 얼굴
세계 최고의 산악 관광지 에베레스트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 그린란드에서는 훼손되지 않은 대자연 속에서의 새로운 도전 기회가 열려 주목받고 있다. 상업화와 환경 문제로 진통을 겪는 히말라야와, 날것 그대로의 야생을 간직한 그린란드의 대조적인 풍경은 오늘날 ‘극한 모험’이 마주한 현실을 보여준다.
치솟는 입산료, ‘부유한 모험가’들의 전유물 되나
네팔 정부가 에베레스트 입산료를 대폭 인상하면서 세계 최고봉을 향한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개정된 요금 기준에 따르면 등반 최성수기인 봄철(3~5월)에는 1인당 1만 5,000달러, 한화로 약 2,1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입산이 가능하다. 가을 시즌(9~11월)에는 이 절반 수준인 7,500달러, 나머지 기간에는 3,750달러가 적용되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히말라야 산군(山群)은 네팔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세계 14좌 중 8개를 보유한 네팔에서 등산 및 트레킹 산업은 국가 경제의 4%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 1953년 인류 최초의 등정 이후, 에베레스트는 소수 전문가들의 영역에서 점차 대중적인 관광지로 변모해왔다. 네팔 산악협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가로등과 침대가 갖춰져 있고, 통신 장비의 발달로 가족과 통화까지 가능한 수준”이라며, 등반 환경이 지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현대화되었음을 시사했다.
환경 오염과 인파로 얼룩진 ‘세계의 지붕’
그러나 이러한 대중화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등반객의 급증은 곧 환경 오염으로 이어졌다. 산소통, 텐트, 각종 생활 쓰레기가 산 곳곳에 방치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이에 네팔 당국은 2019년부터 연례 대청소 작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119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수거했다.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조난자들의 시신 14구도 함께 수습되었으나, 당국은 여전히 수백 구에 달하는 미수습 흔적들이 산 곳곳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의 베테랑 산악인 켄턴 쿨은 이번 요금 인상에 대해 “대부분의 외국인 등반가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늘어난 수익이 환경 개선 등 올바른 곳에 쓰이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네팔 정부가 수용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등반 허가를 내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연간 300건에 달하는 허가가 발급되면서 병목 현상 등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네팔 대법원은 지난해 산의 수용 인원을 고려해 허가 수를 제한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다만 적정 인원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알래스카를 넘어선 야생, 그린란드의 초대
에베레스트가 인파와 상업화로 몸살을 앓는 반면, 북극해와 맞닿은 그린란드에서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초의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 40년 넘게 알프스와 거친 바다를 누비며 활동해 온 산악 가이드 한스 솔무센이 이끄는 ‘그린란드 헬리스키’ 팀이 그 주인공이다.
하와이 출신으로 스위스 산악 가이드 자격을 취득한 솔무센은 스키와 요트, 헬리콥터를 오가며 정밀함과 모험이 결합된 삶을 개척해왔다. 그가 운영하는 헬리스키 프로그램은 전설적인 스키 아이콘 더그 쿰스로부터 “알래스카의 강화판(Alaska on steroids)”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형을 자랑한다. 북극해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산맥과 피오르드는 헬리콥터 없이는 접근조차 불가능한 미지의 영역이다.
커피 심부름은 없다, 실전형 인턴십 기회
최근 솔무센은 일반적인 투어 참가를 넘어, 이 극한의 운영 현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보조 업무나 커피 심부름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선발된 인턴은 미디어 콘텐츠 제작, 스토리텔링, 물류 지원 등 헬리스키 운영의 핵심적인 과정에 투입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친 스키 환경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에서, 참가자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전 세계에 그린란드의 야생을 알리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수천만 원을 지불하고 줄을 서서 올라야 하는 에베레스트와, 스스로 길을 개척하며 운영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린란드의 인턴십. 두 사례는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모험의 형태가 단순히 ‘정상 정복’을 넘어, 환경에 대한 책임과 날것 그대로의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