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BMW의 미래 전략: 헝가리를 거점으로 AI와 수소 기술에 올인

유럽 자동차 산업의 지도가 헝가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BMW, 메르세데스, 아우디 등 독일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독재적 정치 노선에도 불구하고 헝가리에 수십억 유로를 투자하며 미래 자동차 생산의 핵심 기지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BMW는 헝가리를 발판으로 중국 등 아시아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위한 과감한 기술 혁신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AI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노이에 클라세’ 전략

BMW는 아시아,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을 추월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로 불리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공개했습니다. 이 플랫폼 개발에는 약 5년의 시간과 100억 유로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습니다. 요아힘 포스트 BMW 개발 담당 이사는 “향후 2년간 우리가 선보일 기술은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노이에 클라세’의 핵심은 완전히 새로워진 구동계, 디자인, 그리고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4개의 중앙 컴퓨터입니다. 이 시스템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량의 기능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시속 130km까지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는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은 유럽 전역에서 공식 승인을 획득하며 기술적 우위를 증명했습니다.

BMW는 차량 개발 과정에도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포스트 이사는 “AI는 단순히 차량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개발 프로세스 자체를 획기적으로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던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AI 시스템을 통해 핵심 인력 1,000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며, 이미 소프트웨어 코딩 분야에서는 개발자가 하루 종일 걸리던 작업을 단 몇 분 만에 처리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는 현지 AI 전문 기업 ‘모멘타(Momenta)’와 협력하여 도심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BMW는 향후 2년간 40종에 달하는 신차 및 부분 변경 모델을 시장에 쏟아낼 예정입니다.

기술 다각화의 상징: 5가지 심장을 품은 차세대 X5

BMW의 미래 전략이 단지 전기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회사는 다가오는 차세대 X5 모델을 통해 기술적 리더십을 다시 한번 입증할 계획입니다. 신형 X5는 내연기관(가솔린,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버전을 넘어, 수소 연료전지 모델까지 총 5가지의 다양한 동력원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수소 연료전지 모델의 공식 데뷔는 2028년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는 BMW가 토요타와 협력해 온 수소 기술 개발의 3세대 결과물입니다. 1세대에서는 토요타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해 기술을 학습했고, 현재의 iX5 하이드로젠 프로토타입에 적용된 2세대에서는 토요타의 연료전지 셀을 기반으로 BMW가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차세대 X5에 탑재될 3세대 시스템은 두 회사가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동으로 개발하며, 승용차뿐만 아니라 토요타의 상용차에도 적용될 예정입니다.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의 핵심 부품은 BMW의 뮌헨 및 오스트리아 슈타이어 공장에서 생산되며, 차량의 최종 조립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이루어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차세대 X5의 모든 라인업은 ‘노이에 클라세’가 아닌, 기존의 CLAR(Cluster Architecture) 플랫폼을 개량하여 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BMW가 특정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고, 시장 상황에 맞춰 다양한 기술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전략적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